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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1974년생 100원 동전의 일생과 고스톱
  • THE 복지타임즈 =고근혜 시민기자
  • 승인 2018.08.19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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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74년생 100원짜리 동전이다. 대구 봉무동에 사는 노부부의 두툼한 동전 주머니에서 살고 있다. 79년생 82년생 동료도 있고 새파랗게 어린 2017년생도 같이 있다. 내 주인이 하루에도 몇번씩 두분에게서 왔다갔다해서 조금 혼란스럽다.

두 분은 틈틈히 화투놀이를 하신다. 특히 할배는 화투를 무척이나 좋아하셔서 딸들이 오면 몇시간이라도 화투를 치곤 하신다. 그때마다 나는 전장에 끌려온 병사처럼 제 동료들과 화투판에 앉아서 언제 팔려갈지 모른 채 긴장하며  화투판세를 보곤 한다.

 "스톱,  돈 내놔"
 "몇점?"
"3점,  자넨 피박이네 600원"

나는 동료 5명과 함께 할매 손에 끌려 할배쪽으로 옮겨진다.

"오매 첫판에 설사네. 500원."

무슨 말인지 도통 알수 없지만
이번에 다시 할배 손에 이끌려서 할매쪽으로 옮겨진다. 우리들은 이리 저리 왔다갔다 어지럽기는 하지만  편안하고 안락하게 살고 있다. 

내가 언제 두분께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한국은행에서 1974년 발행했고 현재 45살이다. 같이 태어난 친구들이 50,000,000명이나 된단다. 네이버에서 우리들의 가치를 묻곤 하는 걸 보니 우리들도 골동품 취급을 받는가 보다. 박물관에 있는 엽전도 있는데 말이다.

그동안 누구의 손을 거쳐 어느 곳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서울에 있는 한 시중은행에서 나와 남대문시장 갈치상인의 앞치마 주머니로 들어갔을지. 알뜰한 주부가 에누리해달라고 하니 거스름돈으로 주어졌을지. 주부가 아들이 뽑기를 한다니 쌈지에서 꺼내서 주었을지. 1974년 100원은 서울을 탈출하여 어찌어찌하여 시골  장터에
로 흘러갔을수도. 나는 45년을 돌고 돌면서 무수히 많은 주인의 손을 거치고 거쳐서 대구 봉무동에 드디어 안착했다.

예전엔 사람들이 나를 무척이나 귀하게 대접했다. 그러나 요즘은 길에 버려져도 날 발견하는 이도 별로 없고 주워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집안에서도 천덕꾸러기가 되어  책상 서랍속에 혹은 비닐봉지에 던져져있다.

동전없는 사회. 카카오페이. 가상화폐. 도통 모르는 용어들이 넘친다. 그래도 할배 할매가 날 이쁘게 귀하게 거두어주시니 감사하다. 액면가보다 큰 기쁨을 두분께 드릴 수 있으니 다행이다. 곧 할배가 화투판을 펼치실 것 같다. 나갈 준비해야지!

 

 

THE 복지타임즈 =고근혜 시민기자  webmaster@bokjib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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