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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자 그 세월의 깊은 맛
  • THE 복지타임즈 =고근혜 시민기자
  • 승인 2018.08.0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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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일여고 교정.

1991 인일

요 며칠 새 1991년 인일여고가 다시 돌아왔다.

2018년 3월 교육청에 발령 나서 왔을 때, 김○○ 팀장이 작은 선물을 들고 인일여고에서 영어를 배웠다며 찾아왔다. 그리고 7월 중순에 고○○ 교무부장이 이번에 초등 장학사에 합격했고 내게서 영어를 배웠다며 내부망에 메시지를 남겨두었다. 옆 사무실에 있는 김○○ 장학사는 3년 전 장학사가 되었을 때 내가 선생이었다고 인사를 했었다.

1988년 대구 촌놈이 서울권에 대한 동경으로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인천으로 올라와 인일여고에서 교직을 시작하였다. 30여년이 지나 어설픈 초보선생은 장학사가 되었고 제자들과 같은 직위를 갖고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다. 공자는 논어에서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라고 했다. 제자들이 찾아와서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영어를 배웠노라 말해주니 새삼 고맙고 기쁘다. 숨기고 싶은 비밀처럼 인일에서의 교직생활은 무지 어설프고 모자랐을 텐데 말이다.

김 장학사가 1991 인일 졸업 앨범을 가지고 왔다. 낯익은 교사들은 나를 20대 신규교사로 돌아가게 했다. 이영주 한문선생님, 옥점선 영어선생님, 이상규 한문선생님, 이미종 수학선생님, 김윤심 교련선생님... 내부망에 ‘강문수’를 검색해보지만 그 이름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그때, 선배교사들에게 참 사랑을 많이 받았었다. 운동장에서 가로세로 정확하게 줄을 선채 이명권 교장선생님 훈화말씀을 듣고 있는 애국조회 장면과 “의지와 끈기를 갖자”와 같이 결의를 다지고 있는 급훈은 새마을 운동을 연상시킨다. 가슴 한 켠에 늘 미안함이 있었던 학생 사진을 찾아본다. 맞아, 이름과 얼굴이 기억난다. 영미가 미술시간에 자신이 만든 비누조각을 내게 줄려고 갖고 왔었는데... 그때 나는 소위 불량청소년을 어떻게 지도할 지를 잘 몰랐고 반장인 혜정이가 많이 도와주었다. 초보 교사의 티가 팍팍 났었다.

학생들은 겨울철 난로땔감을 몰래 훔쳐서 교실을 데웠고 교사들은 눈을 질끈 감아주었다. 매일 아침마다 인기 있는 교사들의 책상에는 한 송이 꽃이 놓여있었다. 팝송을 가르치려고, 동인천 지하상가에 가서 유명한 팝송 목록을 주면 주인이 테이프에 녹음해주었고 나는 성능이 좋지 않은 헤드셋을 끼고 영어가사를 받아 적으려고 팝송을 듣고 또 듣곤 했었다. 교사들이 유일한 지식 원천이었기에 학생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수업에 집중했었다. 그땐 교사와 학생들간에 情이 있었는데....

학교는 참 많이 변했다. 학교시설도, 교수방법도, 교수매체도 너무나 선진화되었다. 학생들의 지적 수준도 교사들을 능가할 지경이다. 자녀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은 맹모삼천지교를 무색케 한다. 모든 환경이 좋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말 좋아졌는가?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 학교는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 교사들은 학교폭력 때문에 수사관처럼 조사하고 조사받고 있다. 학생들의 싸움이 변호사를 대동한 부모들의 싸움으로 퍼져가고 있다. 똘망똘망 집중하던 학생들은 수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다. 깨우기가 무섭다.

오늘 제자들과 만나서 1991년 인일을 얘기했다. 석양풍경이 유난히 아름다웠던 인일여고 교정과 맑고 순수한 인일여고 학생들이 많이 그리워진다.

THE 복지타임즈 =고근혜 시민기자  webmaster@bokjib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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