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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은 셋, 혼인은 네번한 주모 딸의 운명은?
  • the복지타임즈=변철남 대기자
  • 승인 2020.10.3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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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8)■

 

남자 셋, 혼인 네번 ...

 

“신랑은 셋, 혼인은 네번할 팔자네”

딸을 두고 한 노승의 한마디에 주모의 근심은 깊어지고

오년 뒤, 딸 민채는 성실한 농사꾼과 결혼을 하게 되는데…

 

나루터 주막에서 곡차 한잔을 벌컥벌컥 들이킨 뒤 바랑 망태를 메고 사립문을 나서던 노승이 걸음을 멈췄다. 열세살 주막집 딸을 한참 훑어보더니 “신랑은 셋인데 혼인은 네번 할 팔자네” 하고 끌끌 혀를 차며 나갔다.

 

주모가 삽짝 밖에서 노승을 가로막았다.

“스님, 뭐라 하셨소? 신랑이 셋이라? 우리 딸애가?” “팔자는 바꿀 수가 없소이다.

먼저 농사꾼한테 시집보내시오.” 노승은 이 한마디를 남기고 배를 탔다. 주모는 얼이 빠졌다. 부엌으로 돌아온 주모는 탁배기 한잔을 단숨에 마시고 일손을 놓은 채 부뚜막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날 밤, 잠이 안 와 뒤척이던 주모가 자신이 살아온 길을 되씹었다. 이 남자 저 남자 품에 안겨 세월 가는 줄 몰랐 는데, 어느덧 눈가에 잔주름이 자글거리고 탱탱하던 젖가슴은 축 늘어졌다. 깜짝 놀라 사방을 둘러봤으나 휑하니 애비 없는 딸 하나뿐이다. 노승이 내뱉고 간 말이 계속 귓전에 맴돌았다.

그로부터 오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단 하루도 노승의 말이 ,떠오르지 않은 날이 없었다. 열여덟이 된 외동딸 민채는 꽃처럼 피어났다. 중농 집안의 농사꾼 노총각에게 시집을 보냈다. 사위가 인물도 그만하면 됐고, 부자는 아니지만 매년 가을 밭 한뙈기라도 사들였다. 무엇보다 사람이 순 하고 성실했다. 젊은 날 주모가 품에 안겼던 남자는 모두 장사꾼들이었다. 노승의 말에 따라 농사꾼 사위를 보길 잘했다고 주모는 생각했다.

 

주모는 나이를 먹은 데다 딸을 시집보내는 참에 주막도 팔아치웠다. 이듬해 그녀는 외손자를 안아보고 딸이 자신이 걸었던 길을 답습하지 않는 데 가슴을 쓸어내리며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농부의 아내가 된 민채는 달덩이 같은 아들을 낳고 별 탈 없이 시집살이를 이어갔다. 시어머니 따라 밭도 맸다. 모내기하는 날에는 아기를 업고 새참 나르랴, 점심 해서 이고 가랴 눈코 뜰 새 없었다.

 

어느 장날, 신랑 박 서방 따라 민채가 장터에 갔다. 점심때 장터 주막집에서 국밥을 사먹는데 울컥 옛 시절이 그리워 지기 시작했다. 어미 몰래 장돌뱅이들이 엉덩이를 툭툭 치고, 술 한잔 따라주면 진한 농담을 던지고, 손목을 잡아 엽전을 쥐여주고….

 

어느 날, 나루터 주막을 할 때 단골로 드나들며 민채에게 수작을 걸던 방물장수가 민채네 집에 들렀다. 신랑은 논에 갔고 시어머니는 손자를 업고 마실을 갔다.

처녀 때처럼 낄낄거리며 장난을 치다가 불쑥 들어온 시어머니에게 들켜버렸다.

 

저잣거리 출입이 잦아지고 농사철이라 저녁 수저만 놓으면 코를 고는 신랑과도 틈이 생겼다. 결국 민채는 가출을 하고 말았다. 백오십여리나 떨어진 다른 고을로 가서 방 한칸을 얻어 방물장수 품에 안겼다. 밤낮없이 뒹굴고 주전부리가 떨어질 날이 없었다. 방물 고리짝을 다락에 처박아둔 채 꽃놀이·뱃놀이하러 쏘다니는 게 일이 됐다. 어미가 죽을 때 남겨준 재산이 쏠쏠해서 땀 흘려 일할 필요가 없었다.

 

노는 것도 지겨워질 때쯤, 방물장수가 저잣거리에 방물 가게를 차리자고 베갯머리송사를 했다. 돈을 싸들고 가게를 계약하고 온다던 뺀질이는 밤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그러나 아직도 민채의 전대는 가볍지 않았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 그녀는 색주를 차렸다. 제 어미가 한평생 걸어왔던, 딸이 그토록 걷지 말기를 바랐던 그 길에 올라 탄 것이다. 주색을 겸비한 장사는 여자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법. 민채는 찬물 한그릇 떠놓고 왈패 기둥서방과 맞절을 했다.

 

한해가 지나지도 않아 기둥서방이 주인 행세를 하고 민채에게 손찌검까지 했다.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날 밤, 민채는 보따리 하나 옆에 끼고 아들과 농부 남편이 있는 제집으로 돌아왔다.

 

오년간의 방황 끝에 성실과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는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남편과 아들이 반갑게 맞았다.

 

노승의 예언이 맞았다. 남자는 셋. 네번의 혼인!

 

the복지타임즈=변철남 대기자  cnbyun3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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