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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숫처녀를 첩실로 맞아드린 조참봉은~■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2) ■ <보행(步行)이 신약(神藥)>
  • THE 복지타임즈 = 변철남 대기자
  • 승인 2020.09.0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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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2) ■

보행(步行)이 신약(神藥) ...

어느 날부터 밤일이 안되는 ‘조 참봉’,
황 의원이 추천한 약을 다 먹어도
효험이 없자 분이 치미는데…
 
요즘 들어 조 참봉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떠벌리던 말수도 부쩍 줄었다. 잘 서지 않는 것이다. 추월관에서 술을 마시고 수기생이 붙여주는 제일 예쁜 기생과 뒷방에 깔아놓은 금침으로 들어갔건만 식은땀만 흘리다가 얼굴 도 못 들고 나와버렸다. 가끔씩 안방에서 부인도 안아줘 야 집안이 편한데 어린 기생한테도 안 서는 놈이 부인한테 설쏘냐.

“내 나이 이제 마흔하나. 이렇게 인생이 끝나서는 안되 지.” 조 참봉은 황 의원한테 매달렸다. 백년 묵은 산삼· 우황·사향·해구신에다 청나라에서 들어온 경면주사까지 사 먹느라 문전옥답 열두마지기가 날아갔다. 그러나 효험 은 없었다. 이 기생 저 기생, 그리고 마음 편히 느긋하게 하겠다고 안방마님 치마도 벗겼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황 의원은 이번에 다른 처방을 내렸다. “조 참봉, 아무리 명약이라도 가슴속에서 불꽃이 타오르지 않으면 허사야. 어부인, 기생들 모두 닳고 닳은 헌것들이잖아. 전인미답의 새것을 품어봐요.” 조 참봉은 황 의원의 권고대로 논 다섯 마지기를 주고 소작농의 열다섯 숫처녀를 첩실로 맞아 들였다. 잔뜩 기대를 했건만 자라목마냥 움츠린 양물은 기어 나올 줄 몰랐다.

조 참봉은 울화통이 치밀어 팔을 걷어붙이고 황 의원을 찾아갔다. “야 이 돌팔이 새끼야. 네놈은 오늘 내 손에 죽었다. 네놈의 처방을 따르느라 문전옥답 몇마지기가 날아간 줄 알아?” 황 의원에게 주먹질을 하고도 분이 안 풀려 주막에 가서 술을 퍼마셨지만 취하지 않았다.

삼경이 돼서 뒤뚱뒤뚱 집으로 돌아와 대문을 두드리려는 데 대문에 딸린 문간방에서 터져 나오는 간드러진 신음 소리에 조 참봉은 돌처럼 굳었다. 황소가 진흙 펄밭을 걸어가는 소리,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여인의 감창. 조 참봉 은 이튿날 행랑아범을 사랑방으로 불러 술 한잔 따르며 물었다. “자네가 나보다 두살인가 많지 아마?” 꿇어앉아 조 참봉의 술잔을 받은 행랑아범은 어찌할 줄 몰랐다. “그러한 줄 알고 있습니다.” 조 참봉은 자초지종을 털어 놓았다. “자네는 며칠에 한번씩 밤일을 치르는고?” “부끄럽습니다. 사흘 터울로….” 조 참봉이 깜짝 놀랐다. “비결이 뭔가?”

이튿날 행랑아범은 단봇짐 하나 메고, 조 참봉은 맨몸으로 그의 뒤를 따라 집을 나섰다. 첫날은 이십리도 못 걸었다. 턱과 목이 구분이 안되는 데다 배는 산더미처럼 솟았고 걸음걸이는 뒤뚱뒤뚱. 평지를 걷는 데도 헉헉 숨이 차고 땀은 비 오듯 쏟아졌다. 어둠살이 내릴 때 주막에 들어간 조 참봉은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쓰러져 잠들었다.

이튿날 아침을 먹고 또 걸으며 조 참봉 왈. “오랜만에 잠을 푹 잤네.” 그날도 이십리, 다음날은 고개를 넘느라 시오리 를 걸었다. “자네 혼자 걸으면 하루에…
.” 조 참봉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행랑아범이 답했다. “고개가 있으면 팔십리, 평지는 백리쯤 거뜬히 걷지요.”


조 참봉은 헉헉 거리며 물었다. “그 음양수를 마시러 가는데 왜 말을 타면 안되는 건가?”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말을 타거나 가마를 타고 가서 그걸 마시면 말짱 허사가 됩니다요.” 조 참봉은 한숨을 푹 쉬었다. “얼마나 가야 그 약을 먹고 약수 를 마실 수 있나?” “참봉 어르신 걸음으로는 석달 넘게 걸립니다.” 바위에 털썩 주저앉은 조 참봉이 탄식을 하더 니만 두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 “거짓말이 아니지?” 행랑 아범이 단호히 말했다. “거짓이면 삼년 치 소인의 새경을 받지 않겠습니다.”

어느 날 소피를 보고 난 조 참봉이 고함을 쳤다. “내 양물 이 보이네!” 행랑아범이 씩 웃었다. 올챙이처럼 배가 튀어 나와 자신의 양물을 보지 못했는데 이제 그걸 보게 됐으니 배가 쏙 들어갔다는 소리다. 걸음도 빨라져 하루에 오십 리는 거뜬했다. 걸음에 지쳐 주막에 들어가면 술 한잔 마시지 않고 쓰러져 코를 골았다.

두달이 돼갈 때 함경도 땅으로 들어가자 조 참봉의 걸음은 더욱 빨라져 하루에 칠십리나 걸었다. 집 떠난 지 두달 스무닷새째, 조 참봉이 산속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있자 행랑아범이 환약 세알과 표주박에 담긴 물을 건넸다.

 환약을 털어 넣고 음양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그날 온정리 기생집에 들어갔다. 조 참봉은 참으로 오랜만에 기생을 기절시켰다. 조 참봉은 희색이 만면했다. “그 명약을 한번 더 먹고 음양수를….” 행랑아범은 고개를 저었다.

밀양 집으로 돌아갈 땐 당나귀 두마리를 사서 탔다. 약속 대로 조 참봉은 행랑아범에게 삼천냥을 줬다.


조 참봉이 마신 물은 개울물이었고 먹은 환약은 토끼 똥이었다. 행랑아범은 그 집을 떠나며 이런 글귀를 남겼다.
‘步行(보행)이 神藥(신약)’

THE 복지타임즈 = 변철남 대기자  cnbyun3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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