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춘의동에 사는 김봉환 독거 장애 노인이 그의 아파트 책상에서 성경책을 읽고 있다. 주방에선 활동보조인 홍명미씨가  음식을 준비 하고 있다.

THE 복지타임즈 기자는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깊이 이해하고 그들을 어떻게 돌보는 것이 바람직한지 알기 위해 장애인 활동보조인 교육을 수료하고 지난 2월 2일, 7일 이틀간 실습을 했다. 교육을 받은 부천시 송내역 인근에 있는 해피활동보조인교육원(회장 방병관)에서 지정해준 한 장애인 아파트를 찾아 수행한 장애인 활동보조인 실습 체험기를 싣는다. 본 기사는 장애인 당사자와 보호자의 사전 양해를 받고 취재를 했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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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2월 2일 난생 처음 장애인 활동보조인 실습에 나섰다. 대상자는 부천시 원미구 춘의 주공 아파트에 사는 장애인이다. 그의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자 건장한 체구의 어르신이 책상에서 자필로 편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70세의 독거장애노인 김봉환씨다.

김 어르신을 돌보고 있는 장애인 활동 보조인 홍영미(여,54)씨는 이미 제시간에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저녁 7시간 3분까지 5시간 동안 실습을 수행해야 한다. 2시 30분 현장에 직후 인증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해피 활동보조인 교육원 담당자에게 보는 일로 활동보조인 실습이 시작됐다.

대상자는 반갑게 나를 맞아 주었다. 인사 나누고 무엇부터 도와 드려야하는지 난감했다. 홍씨는 “어르신이 쓰신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오라”고 했다. 아파트 입구에 있는 우체통에 넣고 온후 무슨 편지인지 궁금해 물었더니 기독교 신자인 김 어르신은 “도와 준 활동보조인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일종의 전도 편지인 셈이다.

김 어르신과 친분을 높이려고 다정하게 대화를 나눴다. 체구도 건장하고 활달한 목소리에 인지능력도 너무 좋아 장애인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닭백숙으로 낮참을 챙겨드리고 커피도 타드렸다.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도 말끔히 했다.

오후 3시 반경이 되자 김 어르신이 운동을 나가자고 했다. 그는 마비 증상을 이기기 위해 매일 운동을 해야 한다고 홍씨가 알려 주었다. 하지 마비 증상이 있어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이 굳어진다고 한다.

김봉환 어르신에게 THE 복지타임즈 기자가 저녁 식사 도우미를 하고 있다.

김 어르신은 왼쪽 편마비가 약간 있는 듯 해서 왼팔부터 잠바를 입혀 드리고 목도리와 모자를 챙겨 주었다. 하반신을 자유롭게 쓰지 못했지만 10평 남짓 집안의 손잡이를 잡고 현관의 휠체어 타는 곳까지 혼자 힘으로 이동했다. 신발 싣는 일 외엔 도움을 사양했다.

휠체어를 태워 아파트 계단을 내려오자 시장을 보러 가자고 했다. 차도와 인도를 넘나들며 휠체어를 모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정지해 있을 때나 신체이동이 있을 때  휠체어 브레이크를 잠그는 일은 정말 중요인 사항임을 깨달았다. 돌발 사고에 대비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김 어르신은 내리막길이나 오르막길은 혼자서 휠체어를 잡고 거뜬히 일어서 걸었다. 넘어 질까봐 노심초사 했지만 “걱정 하지 말라”며 붙잡지도 못하게 했다.

The 복지타임즈 기자가 김봉환 어르신의 휠체어를 밀고 산책을 나서고 있다.

오르막길을 혼자서 휄체어를 밀고 올라갈때 일반인들의 오해를 산 일도 겪었다고 털어놨다.

“어느날 한 초등학생이 내가 뒤에서 휠체어를 밀고 언덕을 힘겹게 올라 가는 것을 보고 얼마나 숨이 찰까 날 불쌍히 보인 모양이라. 내가 운동하고 있는 것도 모르고 잠시 쉬고 있는데 ‘아저씨 힘들죠'하며 도와준다고 휠체어를 끌고 언덕 위로 갑자기 올라갔다. 휠체어만 가져가면 나는 어떡 하라구. 다시 휠체어를 내려 갔고 오라했다. 어린애는 속사정을 잘 모르니까”

장애인 개개인의 개별적 특성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하는 일화이다.

좁은 언덕길에 자동차가 다가와 휠체어를 이동 한쪽편으로 시키려하자 김 어르신을 혼자 하게 그냥 두라고 했다.

“차가 지나갈 때 도와 주려하지 말라. 나 같이 팔다리를 쓰는 사람 한테는 내버려 둬라.  왜냐 하면 알아서 할 수 있으니까. 도와 주려다가 나는 오른쪽으로 움직일려고 하는데 보조인이 왼쪽으로 휠체어를 틀면 오히려 사고가 난다”며 교통 안전 요령도 일러 주었다.

김봉환 어르신이 도심 공원 운동기구를 이용해 팔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

골목길을 한참 지나 도심 공원을 찾았다. 공원의 운동기구가 있는 곳서 멈춰달라고 하더니 혼자서 운동기구를 짚고 서서 팔다리 운동도 해냈다. 팔과 다리에 근력이 살아 있었다. 장애를 이겨내려는 그의 의지가 대단해 보였다. 35여년을 혼자 살면서 이렇게 운동으로 몸을 단련, 삶의 희망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휠체어를 밀고 시장 골목으로 가자 구정을 앞두고 먹거리가 가득했다. 호떡의 구수한 향기가 좋아 하나 사드렸더니 정말 맛있게 드셨다. 은행도 들르자고 했다. 은행 문 앞까지 갔으나 마감시간이 임박해 업무는 보지 못해 아파트로 향했다.

언덕길을 혼자서 휠체어를 뒤에서 밀며 걸어 올라가고있는 김봉환 어르신.

돌아오는 길에 학교 언덕바지에 휠체어를 기대고 한숨 돌리고 쉬는 시간을 가졌다. 김 어르신은 통장을 펼쳐 보이며 장애인 연금 액수를 확인 하더니 매달 일정액의 기부도 하고 있다며 자랑 했다. 자신이 장애인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수년간 매달 일정액을 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첩에서 월남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증과 당시 병장으로 특전사 군인으로 활약한 병장 군번 증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나들이를 끝내고 그의 아파트에 들어서니 벌써 저녁 6시가 다 됐다 김 어르신이 샤워를 마치자 저녁 식사를 챙겨 드렸다. 식사 후 커피도 타드리고 김 어르신의 말동무를 해드렸다. 외롭고 혼자 살고 있는 독거노인에게는 정서적 지원이 제일 중요한 일 중의 하나라고 홍씨가 말했다. 김 어르신과 TV도 같이 보여 말벗이 되어 드렸다. 그는 아침과 오후 두 명의 활동보조인을 쓰고 있다. 밤 시간만 혼자서 지낸다.

김봉환 어르신 아파트에 설치된 독거노인 응급 상황 대비 긴급 연락 기기.

그의 안방 벽엔 ‘위급 상황시 버튼을 눌러 주세요’ ‘빨간 버튼을 누르면 119가 즉시 출동합니다’란 글귀 아래 기계가 한 대 놓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독거노인의 응급 상황에 대비해 부천시 독거노인 지원센터 전화번호(032-322-2260)와 담당자 연락처도 친절히 안내 되어 있다.

5시간의 신체활동과 일상생활 지원의 일지를 쓰고 저녁 7시 30분 인증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교육원에 보내는 것으로 실습이 마무리 됐다.

공원에서 김봉환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The 복지타임즈 기자.

2월 7일 오후 2시 반에 2차 장애인 활동보조인 실습에 나섰다. 이날 김 어르신 아파트에 들어서자 장애인 활동보조인 센터(해피활동보조인교육원)에서 나온 장경희 사회복지사가 구정 선물을 전달하고 있었다. 설 선물을 받은 김 어르신을 함박웃음을 지었다. 사회복지사는 이용자와 활동 보조인을 매칭해 주고 둘 사이 민원이 발생 할 경우 해결 해 주는 역할을 한다.

사회복지사로 부터 설 선물을 받고 활동보조인 홍영미씨와 활짝 웃고 있는 김봉환 어르신.

활동보조인은 출퇴근 시간을 체크 하는 두개의 카드를 갖고 있다. 이용자 바우처 카드와 제공인력 카드이다. 장 사회복지사는 활동보조인 홍씨에게 카드 작동법도 가르쳐 주었다.

장 사회복지사는 “약 꼭 챙겨드려야 한다. 이용자한테 맡기면 안된다”고 홍씨에게 신신당부했다. 또 “김봉환 선생님도 아시겠죠, 꼭 약 들어야한다. 설명절 잘 보내라“고 인사말을 했다. 치매 예방약과 사지 마비를 완화시켜주는 약을 하루라도 거르면 후유증이 재발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약을 정해진 시간에 복용케하는 것은 활동보조인의 주요 업무이다.

기자는 현관을 나서는 장 사회복지사에게 장애인 활동보조인이 가져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 물었다. 그녀는 “첫째 무엇보다 일단 이용자의 비밀보장 해주셔야 하고 둘째 필요한 서비스와 약속한 서비스 잘 제공해주고 셋째 정직하게 출퇴근 시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에 관한 보도는 보호자의 꼭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김 어르신이 연락해준 큰딸과 통화해 “아버지 얼굴 나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2차 실습날은 김 어르신과 친해져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김 어르신은 “난 육체적인 것 보다 정신적으로 더 힘들다. 독거노인으로 씁쓸 하고 외롭다”며 ”아파트에 사는 어떤 사람이 특공대로 월남전을 치른 나를 군에 갔다 왔느냐고 건방지게 물었다. 장애인이 됐다고 무시하며 감히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느냐. 마음의 상처를 받아서 너들 안 보면 말지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 뒤로는 사람 보기가 싫어서 한동안 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김 어르신은 군산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입대, 월남전 해병대 출신이라고 밝혔다. 가수 남진이 해병대 졸병이라고 했다.

김 어르신은 독실한 신앙인이다. 음성 성경 낭독기를 들으며 성경 공부를 하는 것이 취미 생활 중의 하나이다. 그는 “예배 끝나면 바로 차를 타야 하니까 친구들하고 교제도 하고 싶어도 밥 먹은 뒤 바로 와 버린다. 교회를 멀리 다니다 보니 가까이 옮기려고 해도 여의치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봉환 어르신이 국가유공자증과 월남전 해병대 병장 제대증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김 어르신은 독서와 글쓰기도 취미다. 부천춘의사회복지관 장애인 생활수기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글쓰기는 무료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정신건강과 치매예방이 수단도 된다. 장애인으로 한 자리에 꼼짝 못하고 앉아 있는 입장에서 편지 쓰 것 만 큼 좋은 일이 었더라. 남들이 글을 잘 쓴다고 한다”고 했다.

김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운동할 시간이 됐다고 활동보조인 홍씨가 인근 산책을 나가자고 했다. 어르신 휠체어를 밀고 야외 나들이를 시작했다.

김 어르신은 “휠체어를 밀며 발로 걸으면 내가 살아 있다는 생동감을 받는다. 짐이 되겠지만 날마다 운동을 해야 하는데 끝까지 동행해 주니 활력이 되고 샘솟는 맘이 든다”고 활동보조인 홍씨를 칭찬 했다.
 그는 “활동보조인은 내가 가만히 있어도 대신 다 움직여 주고 말동무 해주고 외로움도 덜어준다. 친구같이 큰 도움을 주고, 식사와 방청소까지 다 처리를 해준다.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다“ 고 덧붙였다.

김 어르신은 휠체어 생활을 한지 35년째라고 한다. 그는 활동보조인이 없던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는 쓸쓸이 혼자 하는 사는 것이 힘들었다. 항시 슬펐다. 눈물이 안 나왔을 뿐이지..,월남전 전투를 생각을 하면서 혼자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라며 울먹이 듯 말했다.

김 어르신은 휠체어 산책 중 자신에 관한 많은 얘기를 들여 주었다.
김 어르신은 월남전 특전사로 제대를 한 후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전신 마비 증세가 왔다고 한다. 그는 고엽제 후유증이라고 했다. 그 후 아내와 헤어지고 하고 35년간 홀로 역경을 이겨내며 살고 있다. 현재 출가한 두 딸이 있다.

김 어르신은 “지난 1월 13일 보훈 병원에서 뇌 등 고엽제 관련 4가지 검사를 받았다. 두 명의 활동보조인의 도움으로 부천에서 서울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정밀 검사를 받고 관련 기관의 고엽제 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979년 부모님과 형제들이 미국 이민을 신청했을 때 1급 장애인이라고 미대사관에서 혼자만 이민 신청을 거절당했다. 그당시 이민을 갈려고 고엽제 피해자 신청의 때를 놓쳤다고 했다.

 “나는 능력이 없으니까 돈 한푼도 못버는데...지금도 차상위다. 생활보호대상자가 아니다. 병원 출입이 잦은데 병원비가 너무 비싸다”고 경제적 어려움을 밝혔다

김 어르신은 삶의 의지력과 자립심이 일반인들보다 높아 보였다. 좋은 여자친구의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장애인 마음의 문제이지 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고엽제 피해자로 인정받아 더 편안한 노후를 살아가시길 갈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봉환 어르신이 휠체어에 의지한채 혼자 힘으로 언덕길을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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